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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타쿠의 시청일지

[드라마추천]황~용식이는 가고, 양~관식이가 왔다. 임상춘 작가의 신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by 숲속의여사님 2025. 3. 11.

지난주 금요일에 무려 4화까지 공개한 폭삭 속았수다. 

연기 못하는 아이유 나온다. 박보검은 착해 보이기만 하지 않냐. 너무 트렌디한 배우 조합이라 재미없을 거 같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나는 이 드라마의 공개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왜냐고? 

기대하고 기다리던 임상춘 작가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이 분이 누구냐?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신선한 충격과 드라마에 포~옥 빠지는 재미를 주신 분이다. 

 

게다가  연출은  김원석 피디이다. 대한민국 40대 남자들을 아저씨로 인정하게 만든 '나의 아저씨'의 연출이시다.

 

 

4화까지 본 느낌은 

인생에 드라마에 이름을 올릴 작품의 출현이다. 

 

위에서 말한 연출과 작가 이외에 튼튼한 연기자들이 줄지어 나온다. 

주연인 아이유와 박보검이 그 동안 못 본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문소리, 박해준이 짱짱한 연기력으로 받쳐준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청춘남녀인 아이유와 박보검 커플은 요즘 작정하고 같이 홍보에 나서서 열일하고 있다. 심지어 둘이 듀엣으로 가요무대까지 접수. 얘네가 드라마 성공 시키려고 맘을 단단히 먹었구나라는 생각이다. ) 

나문희, 염혜란, 우리의 영원한 구질한 오정세, 존재감 있는 서브남 최대훈 등 어디 하나 구멍이 없다. 

도대체 이런 어벤저스는 어떻게 만드는거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오늘 줄거리는 생략할까 한다. 

 

이 이야기는 엄마의 엄마 이야기이면서 엄마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애순이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에, 그리고 제주도라는 보수적인 장소에서 자란 탓에 기댈 곳 없이 치이기만 한다. 애순이가 기댈 곳은 10살 때부터 말없이 졸졸 따라다니는 생선집 아들 관식이. 

애순이를 위해선 세상에 못할 짓이 없는 관식이다. 100번 달리는 것도 애순이를 위해서 하고, 노스탤지어도 모른다는 애순의 퉁성이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멋없이 읊조린다. 근데 그게 왤케 순정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거 뭐 동백이 지킴이 황~완식이는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던 완식이는 가고, 듬직하고 생기기는 더 잘 생기고, 직진남인 양~ 관식이가 왔다.  애순의 사탕발림에 늘 넘어가지만 가장이 된 이후로는 더욱 애순이를 받들어 모시고 산다.

'애순아, 날 풀어놔' 라며,  애순의 시집살이에 도움을 되고자 하지만 애순이는 지금은 '미운 년이지만, 네가 어머님들이받으면, 난 죽일 년 된다.'라며 말린다. 

 

드라마는 60년대 애순이와 90년대를 살아가는 애순의 딸 금명이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애순이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 금영이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금명이 조차 야무지고 능력 있지만,  결혼하려는 상대의 어머니에겐 성에 차지 않는다. 

 

금명의 신발장을 정리하며, 왜 이렇게 신발이 많냐 묻는 애순에게 금명이 가 말한다. 

'샘은 많은데 돈은 없고, 죽어라 갖고 싶은데 죽어도 못 가지면서 크니까 지금은 조금도 참기가 싫어.

그래봐야 맨  싸구려들. 사고 보는 거지 뭐.' 

 

이 장면에서 가슴이 콱 막혔다. 이 마음이 뭔지 안다.  모든 건 물려받고, 사고 싶은 것은 많지만 살 수가 없었던 나는 월급이란 건 받으면서 신발을 엄청 샀다. 신발에 한 맺힌 사람 같이 샀다.  나는 왜 신발과 옷에 집착하나 싶었는데,  그래 어려서 욕구불만이 이렇게 터져 나오는구나. 

 

똑똑한 애순이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드라마틱하게 성공하길 기대하지만 애순의 모습은 그러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애순은 행복해 보인다.  돈 많이 벌고, 권력을 가져야만 행복한 건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려는 것 같다.  

 

임상춘 작가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1도 없는데,  신데렐라나 백마 탄 왕자님 없이, 어딘가에 있을 듯한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풀어가는 분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인생을 많이 살아보신 분일까?  어찌 내 맘을 들여다보고 있지?  소외된 여성,  남들이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일상을 그려나가기에 이다음 이야기가 슬플 거 같으면서도 기다려진다. 

 

올봄엔 폭싹 속았어요 보면서 행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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