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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리뷰]이렇게 촉촉한 수육은 처음이야. 경동시장 청년몰 이모카세 안동집

by 숲속의여사님 2025. 2. 15.

배낭 메고 경동시장에 가는 게 재미있다는 친구의 얘기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경동시장이란 장소가 떠 올랐다. 

아주 옛날, 내가 국민학교란 곳을 다닐 때, 할머니는 시장이 파 할 즈음 낡은 배낭을 메고, 내 손을 잡고 경동시장에 갔었다. 팔다 남은 것들을 싸게 사려는 할머니 나름의 원대한 계획! 머릿속에 계획한 장보기 리스트를 실현하려면, 작은 내 손도 필요 했던 것이다. 

시장 야채장사 아주머니, 과일장사 아주머니와 흥정하는 할머니를 옆에서 기다리던 내게 그곳은 기다림과 지침이었던 곳이다. 

 

그러나, 모든 추억은 미화되기에 이제는 그곳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했던 흔적을 찾고 싶었다. 

 

경동시장이라고 검색해 보니,  연관검색어로 이모카세맛집, 스타벅스경동 1960 이 뜬다. 아, 이곳이 그 핫한 흑백요리사의 이모카세 가게가 있는 곳이구나. 겸사겸사 한 번 가보자. (내가 사는 동네엔 흑백요리사 셰프의 가게가 3곳이나 있긴 하다. 가격면에서 이모카세네 가게가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다.) 

 

집에서 9시 20분에 남편과 배낭을 하나씩 메고 버스를 탔다. (남편이 이미 방문해야할 곳들의 동선 파악을 해 놓은 듯하다) 

오늘의 일정은 시장구경하고, 안동집가서 점심 먹고, 길거리에서 간식 먹고, 스타벅스가서 커피 마시고 마무리. 

차 마시면서 읽을 책도 한 권씩 야무지게 챙겼다. 올 때는 다음부턴 책은 빼고 가기로 했지 ㅋㅋ

 

오늘은 이모카세님의 안동집만 리뷰한다. 

경동시장이라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경동시장 입구로 들어가면, 청년몰을 찾을 수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청년몰 입구만 찾으며 다 온 것이다. 청년몰 입구에서 보면 내가 잘 온 건가 싶은데, 잘 찾아온 거 맞다. 청년몰 지하 1층으로 내려가 2시 방향으로 고개만 들어도 '저쪽이구나'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안동집만 줄이 있는데, 그곳까지 가는데,  손님 없는 가게들을 지나가며 괜히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속으로 '다음에 올게요'라고 말하고, 안동집에 줄을 섰다. 도착 시간은 11시 15분 내 앞에 2팀 있었는데, 1분도 안되어 우리 보고 들어오란다. 앞에 2팀은 아직 일행이 안 왔다며, 우리 먼저 들어오라 신다. 시장 내에 오픈된 자리도 있지만, 실내 쪽에도 넓은 홀이 있다.  요즘은 겨울이니 안쪽자리가 춥지 않고 좋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국수와 비빔밥 그리고 수육이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지만, 장보고 출출할 때 먹기 적당한 메뉴다. 

기본찬이 빠르게 나온다. 사실 기본찬은 잘 비빈 배추 겉절이 하나이고, 나머지 쌈 메뉴, 칼국수에 넣을 마늘과 고추, 양녀장 등이다.

수육도 잽싸게 나온다. 

먼저, 백종원 쌤처럼 배추에 수육 새우젓에 찍어 올리고, 쌈장을 올려 먹는다. 

음~~~ 촉촉하고 쌈장고 새우젓이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다. 배추가 연하고 달달하다.

수육 한 입 먹으니 비빔밥이 나왔다. 올려진 나물 먼저 먹어보니,  간이 세지 않고 맛이다.

얼른 휘리릭 비벼 먹으니, 와 입 속에서 잔치가 열렸네. 야채들이 누구 하나 도드라지지 않지만 각자 맛을 잘 살리고, 오독오독한 보리밥과 잘 어울린다. 참기름도 어쩜 이리 적당하게 주셨을까? 

 

 
 
 

 

그리고 나온 국수, 국수면이 30%가 콩가루라고 메뉴가 나올때마다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꼭 그렇게 강조해서 말할만하다. 

콩가루가 들어가서 그런지 면이 쫄깃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건강한 맛이다. 국수 육수는 뽀얗기보다는 뿌연색이고,  그냥 먹으면 무슨 맛인가 싶다. 같이 나온 고추와 간 마늘, 양념장을 다 넣었더니 그 제야 맛이 난다.

 

배추 시래기 두 세장 넣어서 같이 나온 국수는 9000원이 조금은 아깝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은 필요하니까. 

수육은.... 삶아본 사람은 안다.  냄새 날까봐 이것저것 향신료를 잔뜩 넣으면, 돼지향이 잘 안 나고, 안 익을까 봐 오래 삶으면 살이 좀 퍽퍽한데, 이모카세네 수육은 어쩜 이렇게 촉촉하면서도 돼지향이 맛있게 나는지... 수육을 보니 이모카세님 명성을 인정 

 

그리고, 새우젓, 쌈장 등이 모두 짠 음식인데, 이집은 이런 양념들이 짜지 않다. 

그러니 먹고 나서도, 입이 짜다고 물이 찾아지지 않는다. 나는 이모카세집에서 기분 좋은 수육을 먹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할머니 사장님 참 반갑게 잘 가라고 인사해 주신다.  표정에 정이 느껴진다. 우리 집에 와서 고맙다는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아서 맛있는 음식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남자 사장님도 가는 손님에게  좋은 하루 되시라고 인사하는데, 장사가 잘 되는데도 친절하게 해 주니 고맙더라. 

 

나올 때는 30분 가량 지난 시간이었는데, 벌써 줄이 길어졌다. 

 

시장 안에 있어서, 그날그날 신선한 야채, 맛있는 고기. 재료를 선택할 수 있으니 간단한 메뉴도 빛나는갑 보다. 

 

이곳만 장사가 잘 되는 거 같아 빈익빈 부익부가 느껴저서, 다음엔 옆에 있는 백반집 가기로... 그 집도 맛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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