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옛 직장 후배에게 최근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나는 요즘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전 직장과 전전직장이 공공기관이었던 관계로 매너리즘에 빠진 중앙행정부 공무원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많은 부장님들의 오전 고민거리가 이사님과의 점심 메뉴였고, 누가 보지도 않는 보도자료를 기관장 사진 찍어서 부지런히 내기 바빴던 시절이다. 암튼 그 책을 읽으니 옛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얘기했더니 후배가 본인도 그런 감정을 느낀 영화가 있다며 추천한 영화가 '리빙 어떤 인생'이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런 주연이 빌 나이 할배잖아.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괴짜 가수, 어바웃타임의 다정한 아버지를 연기했던 그 할아버지이다. 모두에게 친근하죠?
아름답고 멋스러운 1940년 후반의 영국신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빙 어떤 인생을 소개한다.
[줄거리]
어떤 일도 급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윌리엄스는 런던시 공공사업과의 과장이다. 이곳엔 꾸준하게 오는 민원인 3명이 있는데, 공터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런던시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을 아주 신사적인 태도로 대하지만, 여기저기 다른 부서로 찾아가라고만 하지 그 누구도 그녀들의 민원을 처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일찍 아내를 여의고, 혼자서 아들을 키운 위리엄스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지만, 허무하기만 하고 일탈을 꿈꾸지만 그는 어떻게 하는 것인 일탈인지도 모른다. 아들 내외에게도 본인이 시한부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지만, 사무실에서 잠시 같이 일했던 해리스에게 본인이 시한부 인생임을 밝히고, 어려서 본인의 꿈은 양복을 입고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출근하는 젠틀맨이 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꿈을 되새긴 후, 마음의 변화가 생긴 윌리엄스는 다시 출근해서, 놀이터 민원건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기에, 해결 방법도 알기 때문이다. 압박이 필요한 사람에겐 압박을 하고, 공적이 필요한 사람에겐 공을 치하하고, 정중한 요청이 필요한 사람에게 몸을 낮춰 읍소한다. 결국 놀이터는 만들어지고 그의 삶은 마무리된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부분은
윌리엄스가 죽은 이후, 같은과 공무원들이 그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놀이터를 성사시키기 위해, 분투했던 그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고, 모두 그처럼 책임지는 공무원이 되기를 다짐한다.
그러나, 다짐은 며칠 가지 못한다. 그것이 공무원 사회이다.
윌리엄스는 공무직을 이제막 시작한 신입에게 이 모든 걸 예측한 편지를 보내고, 낙심될 때마다 작은 성공을 해 내면 된다는 조언을 준다.
그의 마지막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
지난 2년 동안 놀기도하고, 빈둥대기도 하는 생활에 지쳤는데, 대단한 일보다 오늘 하루 만족할만한 아주 작은 일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차대전 직후, 런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미가 아름답다. 기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영구 신사들답게, 슈트를 반듯하게 차려입고, 모자까지 완벽하게 코디한 그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특히나 빌나이의 슈트차림이 멋지다.
거기에 아름다운, 음악들.
찾아봤으나 목록이 나오진 않지만, 영화초반부터 나오는 클래식한 음악이 런던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린다.
발랄한 여직원 해리스가 지은 윌리엄스 씨의 별명은 미스터 좀비였다.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는 사람.
요즘 목적과 방향을 잃고 좀비처럼 살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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