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라마에 미친 자, 일명 '드미새'인 저입니다. 오랜 세월 미드와 일드를 수없이 렵렵해 왔지만, 이상하게 중국 고장극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었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너무 길고 긴 에피소드 때문에 자꾸 건너뛰며 보게 되고, 말도 안 되는 선녀나 신령이 등장하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솔직히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 초 '축옥'을 시작으로 중드의 세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더니, 결국 최근에는 배우 '승뢰'에게 제대로 감겨버렸습니다.
당분간 이 개미지옥에서 빠져나가긴 글렀네요. (웃음) 오늘은 저를 잠 못 들게 만든 승뢰의 최신작, 드라마 <막리>를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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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머니 열어 weTV 결제하고 보기 시작한 '막리'
아쉽게도 넷플릭스에는 승뢰 배우의 작품이 잘 없더라고요. 중드 덕후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정한 중드 노다지는 weTV에 많습니다. 때마침 승뢰의 따끈따끈한 신작 <막리>가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죠.
1화부터 5화까지는 무료로 가볍게 맛보기를 할 수 있는데, 그다음부터는 유료 결제의 장벽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새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더라고요. 홀린 듯이 보게 됩니다.
한자로 된 제목 '막리(墨璃)'가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주인공 '묵수요(墨)'와 '엽리(璃)'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지은 제목이더군요. 참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입니다. 어찌 보면 두 주인공의 서사 자체가 이 드라마의 전부이자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두 연인이 가문의 원수를 갚는 전형적인 고장극 줄거리
황족인 남주 묵수요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군인이었는데, 어느 날 위험에 처한 소녀 '엽리'를 구해줍니다. 엽리는 그때부터 묵수요를 마음에 품게 되죠. 하지만 비극은 순식간에 찾아옵니다. 황제가 승하한 후 벌어진 치열한 정권 다툼 과정에서 묵수요의 집안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풍비박산이 납니다. 형은 참수형을 당하고, 묵수요 자신은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한 채 '정왕'이라는 타이틀만 유지하며 비참한 삶을 연명하게 됩니다.
같은 사건으로 엽리 역시 큰 풍파를 겪고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산서원'에 갇힌 채 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보냅니다. 이후 선황후의 명으로 정왕 묵수요와 엽리는 각자의 속내와 계획을 숨긴 채 혼인으로 맺어지게 됩니다.
지혜롭고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는 엽리이지만, 문득문득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산서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탓에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는 것이었죠.
31화까지 진행된 현재, 엽리는 정왕의 다리를 치료해 주고 나중에 자신이 다시 혼자가 될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묵수요 가문의 억울함을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이제는 엽리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아침에 백발이 되어버린 정왕 묵수요가 엽리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줄 차례입니다. 죽은 사람이 곁에 있다며 묵수요에게 소개하는 엽리에게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를 표하는 묵수요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남편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내를 치유하는 과정이 너무 잘 보입니다. 그 옛날에 이렇게 다정다감한 남자가 있었을까요? 어차피 지어낸 이야기니까 대리만족하는 거겠죠? (웃음)
글을 쓰는 사이에 결국 40화 완결까지 모두 풀리는 바람에, 참지 못하고 Express 결제까지 달렸습니다. 끝까지 다정다감한 남주에게 제대로 감기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를 멈출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두 사람이 선을 넘을 듯 말 듯 애타게 넘지 않는 텐션에 있습니다. 연출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3. 여주 '백록'의 독보적인 매력과 트라우마 연기
사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백록'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정말 곱고 우아한 미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구멍 하나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니 그야말로 '보석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엽리 역을 맡은 백록은 캐릭터 몰입력이 대단합니다. 작중 '엽리'는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이산서원에서는 병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죽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며 트라우마가 생겼죠. 엽리의 내면은 이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며, 이미 죽은 '청상'과 대화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8년 동안 수요의 다리를 고칠 의학을 공부했고, 짚으로 원수들의 인원수대로 인형을 만들어 한 명씩 처단할 때마다 인형을 풀어버리는 치밀함도 보여줍니다. 태비전하와 이야기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치에 맞는 말만 하고, 자신을 주사부님으로 여길 때는 검술까지 완벽합니다.
백록 배우의 다중인격 연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2화입니다. 이산서원에 방문한 사절단이 서원 사람들을 찾자, 허둥대며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아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너무나 소름 돋게 잘 연기했습니다. 이후 남편에게 이산의 가족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4. 현대의 장꾸 미소로 고장극을 씹어 먹은 남주 '승뢰'
남주 승뢰 배우는 볼 때마다 한국의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딱 떠오르지 않네요. 운동 좋아하고 명랑한 모습에서 나오는 특유의 '장꾸(장난꾸러기) 미소'가 정말 인상 깊습니다. 살짝 수줍은 듯한 짱구 미소가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요.
오랜 시간 숏폼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탄탄하게 다졌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 단번에 인정하게 되더군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당돌한 20대 장군의 기개부터, 몰락한 가문의 생존자로서 하찮은 이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면서도 뒤에선 복수를 준비하는 날카로운 모습, 그리고 엽리와 사랑에 빠져 오직 아내밖에 모르는 사랑꾼의 모습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를 소화하는 데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아, 요즘 중국 젊은 배우들 연기층이 정말 두껍다는 걸 느낍니다. 우리 한국 배우분들도 분발해 주세요! (웃음) 특히 승뢰는 여주인공과의 합을 맞추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배우라고 합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지 액션 신도 시원시원하게 잘 소화해 냈습니다.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네이버 창에 '승뢰'를 검색해 보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SNS나 스레드(Threads)에서 찾아보는 게 확실히 실시간 정보가 빠릅니다. 파고들다 보니 중국에는 '헝디엔'이라는 드라마 촬영 도시가 있다는데, 덕후로서 평생에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5. 입덕하고 분석해 본 중드(중국 드라마)만의 특징 3가지
어린 시절 명절에 보던 '판관 포청천'의 우스꽝스러웠던 기억에 멈춰 있던 중드였는데,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면서 몇 가지 궁금증과 특징이 정리되더군요.
첫째, 중드는 왜 이렇게 에피소드가 길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6화~8화 단위로 콤팩트하게 줄여야 할 텐데 왜 이렇게 길까요? 알고 보니 중국은 배우들의 출연료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한 번 계약을 맺으면 무조건 분량을 많이 찍어내야 수틀이 맞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0화가 기본이었는데 최근엔 40화 정도로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하네요. 물론 긴 이야기를 끌어가려다 보니 없어도 되는 서사들이 들어오긴 하지만, 중국은 내수 시장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글로벌 트렌드에 굳이 맞추지 않아도 큰 타격이 없는 듯합니다.
둘째, 고장극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잘생기고 예쁜 남녀 배우들이 현대극 대신 긴 장삼을 입고 허황된 신선 이야기를 진심으로 연기하는 이유가 뭘까요? 여기에는 중국의 정치 체제 배경이 있습니다. 공산당이 운영하는 국가이다 보니, 현 시대의 소외된 이야기나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모두 검열에서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검열에서 자유로운 사극(옛날 이야기)이나 허황된 신선 세계관을 다루게 된 것이죠. 또한 중국 전통의상이 마르고 기럭지가 긴 체형에 잘 어울리다 보니, 요즘 인기 있는 남주들 키가 대부분 185cm 후반인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작품에 몸을 맞춘 것이죠.
셋째, 한류의 시대에서 중국 콘텐츠가 좋아진 원동력은?
90년대에는 드라마 좀 본다 하는 언니들은 트렌디한 '일드'를 봤습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대거 활약하던 시기였죠.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한류'가 아시아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다정하고 잘생긴 배우들이 연기 구멍 없이 탄탄하게 극을 이끌었고 스토리 라인도 대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스토리 짜는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니까요.
그런데 요즘 중국 콘텐츠들이 갑자기 완성도가 높아진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자본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장극 하나를 찍기 위해 아예 촬영 도시(세트장)를 통째로 지어버리는 압도적인 스케일이니, 화면에서 느껴지는 배경의 퀄리티가 낮으려야 낮을 수가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고장극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고 weTV 결제 장벽까지 무너뜨린 승뢰, 백록 주연의 <막리>! 달달하면서도 치밀한 복수극을 좋아하신다면 주말 정주행 작품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