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찌는 뜻한 더위에 무기력해진다. 운동도 싫고, 그냥 소파에서 뒹굴고 싶었다.
소파에 누워 손가락으로 리모컨만 누르며 뭘 볼지 고르다가... 이번엔 제대로 골랐다.
줄거리
러잉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리모컨 틀어 TV 좀 보다가 동생이랑 싸우고, 집도 나가고
남자친구 부르지만 남자친구는 이미 러잉의 친구와 바람이 났다.
뭐 하나 제대 되지 않는 러잉은 지나가던 체육관 앞에서 권투 코치를 보고 그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권투를 처음으로 만난다.
인생 막다른 골목에서 '한번이라도 이겨본 적 있습니까?' 라는 체육관 홍보 찌라시에 단 한 번 이기기 위해 권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90kg 는 되어 보이는 이 여인은 쇼파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움직여 봤자, 자는 방향을 바꾸는 것
무표정하고, 자신감도 없어 보이는 이 언니.
펑퍼짐한 반바지에 면 티셔프 하나, 슬리퍼 신고 나 돌아 다니는데... 왜 저러나 싶다. 가도 누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영화를 잘 찍었냐 궁금했다.
주인공 러잉 역의 자링이라는 배우가 감독이다. 와 이럴 수가 이런 경우가 있구나.
남자 배우가 감독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여자 배우는 처음이다.
연기를 이렇게 현실적으로 하다니 이 언니 대단하다.
러잉은 집에서 치이고 싸우고, 밖에서도 치이고 싸우고,
맘에 드는 남자를 찾았는데, 그에게 맞춰주느라 자기 자신을 돌봄 틈이 없다.
그렇게 영화가 지루하게 가는데,
이게 뭐가 재미있다는 건가? 어디가 뜨겁다는 건가?' 싶다가
영화가 중반을 좀 더 넘어서면서부터 바뀐다.
이 언니가 한바탕 울더니 뛰기 시작한다. 통통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안 될듯될 듯 안 될듯하지만 네 번의 계절이 지나도 이 언니는 포기하지 않더니 드디어 변했다.
통통하고 허공을 치던 주먹은 단단하게 샌드백을 정확하게 맞추고. 어기적 어기적 엉덩이를 흔들며 뛰던 뒷모습은 날렵하게 새도우 복싱을 하며 뛰는 모습이다.
전 남친도 알아보지 못한다. 하하하... 얼마나 신나던지
소파에서 누워보던 나는 앉았고, 앉은 다음에 일어났다. 나도 어디론가 나가서 뛰고 싶어졌다.
이 언니가 펀치 맞고 쓰러졌을 때 지금까지 주위 사람들과 싸웠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나오는데, 늘 주위 사람을 과 싸우지만 결국 모두에게 맞춰주기만 한다. 하기 싫어도 주변인들에게 맞춰주느라 자기 삶과 감정은 뒤로했던 그녀의 삶이 쭈욱 나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 주장은 없이 남들에게 맞춰 사는 삶이 얼마나 슬픈 것인가
그러나, 전 남친이 찾아와
'황소개구리'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저 황소개구리 안 좋아해요'라는 말을 덤덤하게 하는데
속이 시원했다. 이제는 자기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러잉이 이쁘고 자랑스러운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겼다는 러잉에게 박수를 오랫동안 쳤고, 덥다고 쳐져있는 지금 나의 모습에도 반성을 했다.
앞부분이 지루할 수 있지만, 마지막 30분의 희열을 위해 앞부분 참고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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