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작가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예측을 뛰어 넘어뛰어넘어,한강 작가가 수상 했다.
작가의 작품은 ‘채식주의자’를 읽고, 마음이 힘들어 찾지 않게 되었다.
2016년 ‘소년이 온다’가 출판 되었을 때, 광주5・18 민주항쟁을소재로 했다고 해서, 읽으려 했으나 1장을 넘어가지 못했다. 그 느릿느릿한 서사에 좀 답답했었던 것 같다. 사 두었던 책은 자리만 차지하는 것 같아. 정리했다.
올봄 왠지 다시 ‘소년이 온다’를 읽어야 할 거 같아.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다른 책들에 밀려 읽지도 못하고 반납했다. 나는 올해 그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예견 했던간가예견했던 건가?
그리고 가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다 . 다시 급하게 책을 구했으나 절판 된 책이 다시 나오기까지 일주일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삼고초려 끝에 ‘소년’을 만났다.
이틀 반에 걸쳐 읽어 낼 책을 다 읽는데, 10년이 걸렸네. 읽는 중간 중간 마음에 닿는 문장에 표시를 했다. 평소에 나는 밑줄치기 잘 안하는 편이다. 그러나,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을 모국어로 읽는 이 시간 문장문장을 기억하고 싶었다.
스타벅스 한 켠에서 책을 읽던 나는 줄줄 흐르는 눈물에 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일까봐 짐을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마음을 다스리고, 다음날 다시 읽었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가을날에 맞춰 내 눈물도 주륵주륵 흘러 내렸다흘러내렸다.80년 5월 열흘간의 일로 인생이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저릿저릿했다.
읽는 장에 맞춰, 한 번도 맡아본적 없는 시취가 코 끝에서 맴도는 것 같기도하고같기도 하고,뺨을 일곱대 맞은 것처럼 부끄럽고 뺨이 따갑기도 했다. 역시나 한강 작가의 소설은 바다 저 밑으로 내 마음을 가라앉힌다.
마지막 장에서 동호의 엄마부분을 읽으며, 그날 밤 아이를 데려오지 못한 엄마는 평생 어떤 마음으로 살아내야 했을까?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토요일 아침 마지막 장을 읽고, 책장을 덮었다. 창 밖을 보니, 비 갠 하늘이 푸르고 맑다. 소설로 잠깐 읽어내도 내 마음이 이렇게 슬픈데, 평생 저 하늘을 보고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있겠지…잠든 둘째를 깨우려 방에 들어가보니 아이를 보니, 소설 속의 동호가 중학생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터졌다. 여드름 사이로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 볼이며, 다 큰 것 같지만 엄마아빠 품에 앵겨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품 안에 자식인데, 너희들이 이렇게 어렸구나.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났니?
내가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내가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을때 읽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느끼는 이 마음을 쉽사리 지우고 싶지 않으면서도, 더 무거워지고 싶지도 않다. 작가가 왜 이 소설을 쓰기가 어려웠는지 조금이나마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상 위에, 다음 책 ‘작별하지 않는다’가 기다리고 있지만… 조금은 틈을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준 작가님의 용기에 응원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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