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위한동화]모두 하나씩 앓고 있잖아 고약한 결점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났어요.

작은 결점이 있었지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정말 작은 결점이었어요. 

 

 

노란색의 표지에는 보일 듯 말듯한 색상으로 위의 세 문장 적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일 듯 말 듯 하다는 것이다. 이건 책을 다 읽고 다면, 이 책이 얼마나 주제를 잘 살리기 위해 표지에서부터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작가도 좋지만,  그림 작가도 대단하다. 

 

노란 표지의 '고약한 결점' 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남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내 문제에 매몰되어 세상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사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그림책이다.  

 

글 : 안느-가엘 발프 

그림 : 크실

옮긴이 : 이성엽

출판사 : 파랑새 

발행 연도: 2017년 (프랑스에선 2015년) 

2015년 프랑스 바르 문학상 수상

[줄거리]

주인공 아이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결점이 있다. 그 결점이 무엇인지 말해주진 않는다. 

어느 날부터 그 결점이 점점 커지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주인공은 '내가 그 결점인가?'라는 고민에 빠진다.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결점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주인공은 병원에 간다.

의사 선생님은 너는 아주 운이 좋다. 그건 작아질 수 있는 결점이라고 말하고, 방법을 알려준다. 

신경 쓰지 않기!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신경 쓰지 않았더니, 어느새 결점은 다시 작아지고 주인공인 행복한 일상을 되찾는다. 

 

[리뷰]

나는 결점에 예민하다. 나는 선천성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다. 우리 아이는 얼굴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외모부터 남들과 다른 것에 나는 예민했다.  치료에 치료를 거듭해서 태어날 때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 나는 아이 얼굴의 흉터만 보였다.

내가 걱정을 하면, 남들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 눈엔 흉터 하나하나가 균형이 맞지 않는 얼굴이 자세히 보이는데 말이다. 

 

지금은 나는 우리 아이에게 그런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가끔 병원에 갈 때만 인지하는 정도다. 장애로 인한 문제들은 거의 다 수습했고, 이젠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래도 얼굴에 흉터는 보인다. 나에겐 보일 듯 말듯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 흉터가 우리 아이 눈에는 수박만 하게 보이는 것이다. 남들은 장애가 있었는지 신경조차 안 쓰는데, 지금 그 아이에겐 세상에 그 흉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자기를 쳐다볼 때, 모두 그 흉터만 보는 것 같다고 한다. 

 

고약한 결정의 주인공이 자신의 결정에 감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새 학기가 시작 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새롭게 만난 반 친구들이 자기 얼굴의 흉터를 물어볼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단다.  3월은 늘 두려움을 가지고 등교하는 기간이다. 

 

우리 아이가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마음의 의사 선생님을 만나길 바란다. 신경쓰지 않으면 작아지는 결점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것을 믿기를 바란다.  책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말한다. 

 

이젠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내 결점이 아닌

나를 본답니다. 

 

그 말을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며, 내 작은 문제로 옴짝달싹 못하고 꽁꽁 메여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프랑스의 그림책은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이 좋은 점은 간결한 내용도 좋지만, 내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그림이다. 그냥 그린 페이지가 하나도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표지조차도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