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후지모토 타츠키
출판연도 : 2022년 (한국어판)
체인소맨 작가의 신작이라, 이 만화가 대단하다 1위라... 이런 소개에 한국어판 출판되자마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등만 보인 표지의 그림에선 '만화 그리기에 진심을 다하는 아이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안 읽을 수 없었다.
올해 애니메이션이 상영되었을 땐 혼자 조용히 극장을 찾았다. (만화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줄거리부터 보고 가겠습니다.
시골 마을의 중학교, 교지의 단편 만화 코너 연재를 독차지하고 있는 후지노는 자신의 만화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학교 아이들 모두가 후지노의 만화를 칭찬하고, 후지노는 그런 맛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은둔형 외톨이 교모토가 그린 만화를 보여주며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해 보라고 한다.
교모토의 집을 찾은 후지노는 대답 없는 교모토의 방 안으로 쪽지를 넣고 오는데, 교모토는 평소 팬이었던 후지노가 쪽지를 보낸 것을 알고 방을 박차고 나온다.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교모토는 후지노의 만화 작업을 돕기로 한다. 계절이 변해도 낮이건 밤이건 둘은 늘 붙어서 만화 그리기에 열중한다. 이렇게 둘만의 청소년기를 붙어 지내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결국 둘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교모토는 승승장구한다.
전업 만화가로 나서는 교모토와 대학에 가서 그림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후지노는 서로 다른 길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어서 괴로워하던 후지노는 작업 중 교모토가 다니는 대학에 정신병자가 나타나 학생들을 살해했다는 뉴스를 듣게 되고, 교모토는 꿈도 피어보지 못한채 죽었다.
그리고 몇 장면이 더 있다. ^^
단 한 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없었다. 기승전만 있다.
일본 만화 '룩백'은 뛰어난 작화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처음엔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이었고, 과하게 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생각은 올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도 비슷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룩백의 장면들이 자주 생각난다.
특히나, 후지노 방의 책상 장면이 자주 생각난다. 후지노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속 변한다. 후지노가 입고 있는 옷도 긴팔에서 반팔로 다시 긴팔로 변하지만 그림 그리는 후지노는 변하지 않는다. 언제 이렇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이 불확실하고, 성공이 보장된 길이 아닌데. 말이다.
늘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 보장된 길, 안전한 길만 찾는 요즘에 교모토와 후지노의 열정이 마음을 울린다.
나는 감정에 있어서 뒷북인 스타일인데, 이 작품은 한참 뒤에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더니 그 여운이 꽤 길게 가고 있다.
작가의 그림체도 디테일이 강하고, 세련되고 예쁘지 않은데, 그런 그림이 처음 만화를 그릴 때를 보여주듯이 그려져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린다. 나는 왜 이 작품을 이제야 알아본 걸까? ㅎㅎ
다른 작품과 달리 딱 한 권짜리 이야기라 소장하기에도 너~무 좋다.
이야기가 기승전으로만 끝난 이유는 교모토의 만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서 행복 할 수 있는 그럼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곧 반백 살을 살아온 나에게도 그 열정이 다시 생겼으면 한다.
지금까지 꿈만 쫓아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오늘만큼은 자신을 꼭 안아주길 바란다.
당신의 앞날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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