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

내 편이 필요해. 응원이 필요해

by 숲속의여사님 2024. 3. 5.

파티도 끝나고, 이사도 했고, 퇴직금도 받았고

이제 뭘 해야 할까?

급작스러운 퇴사에 인생 후반기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이다. 

위기 리스트를 적어볼까? 할 일 목록을 적어볼까?

 

멈추지 않고 5km 뛰기 

영어 공부하기

뜨개질 전문가 되기

독서지도사 자격증 갱신

 

너무 자잘하구나

 

주변에선 쉬니까 신나겠다. 좋겠다. 부럽다.라고 ‘네... 네’ 웃으며 대답은 했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이렇게 내 경력이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그늘진 곳이 생겼다. 

 

이때, 남편의 한마디 

‘당신은 회사를 그만둔 거지. 일을 그만둔 게 아니야. 앞으로 인생 후반기에 할 수 있는 재미있을 일을 찾는 시간을 보내세요. 시간은 일 년 드릴게요.’ 

아 그래 나는 회사를 그만둔 거구나.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일단은 몸을 추스르고 생각해 보자 

 

‘당신 쉬려고 퇴사한 거지, 집안일 하려고 퇴사한 거 아니야’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쉬시는 중이라며 분명하게 얘기했다. 

당분간은 도우미 이모님도 그대로 오시게 하고 쉬세요. 

집에 얽매이지 않도록, 도우미 이모님을 그대로 오시게 했다. 

(그러나 이건 오래갈 일은 아니다. 나 혼자서 내 집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데, 집에 가족 외의 누군가 있으면 그게 잘되지 않는다. 좀 늘어지고 있고 싶은데, 젊은 사람이 게을러 보일까 봐 그게 잘 되었다. 이건 내 성향 때문에 그런 듯하다. )

 

퇴사의 사유가 되었던 나의 빠른 갱년기. 호르몬의 문제는 뭘 해도 안 된다. 

갱년기 시작하자 몸이 붓고, 몸의 보디 라인이 녹듯이 흘러내린다. 다이어트도 가끔 하는 필라테스도 해결책이 안 되는 상황이다. 무릎도 아프고, 금방 지치는 내 체력이 부끄러웠다. 이런 체력으로는 노후가 즐겁지 않겠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오래 달리기 시간이 벌 받는 시간이었다. 그만두고 싶은데, 선생님의 회초리가 무서워 멈출 수 없었다. 나는 태생이 폐활량, 근력, 지구력 모두 다 바닥에서 맴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당장 나 혼자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운동이 몇 가지 없었고, 퇴사 선물로 운동화를 받았기에 달리기로 결정했다. 내 마음속 저편에는 러너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달리기 앱이 있지만, 남편이 추천한 런데이를 설치하고, 30분 달리기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물론 더 좋은 앱들이 있으나, 나는 이제 백수니 무료앱을 설치해야지.

 

달리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이때도 남편이 응원했다. 

‘기분 좋게 이쁜 러닝복 사서 입고 뛰어’ 

 

‘런총각의 안내대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30분 동안 뛰고 있어 걱정하지.’

(당신은 무슨 학원 다니십니까? 말을 예쁘게 하시네요. )

 

나는 응원을 받으며 뛰기 위해 시작했다. 

 

8주 프로그램의 첫발을 내디뎠다. 

 

정신없는 퇴사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지쳤고, 무계획인 미래가 불안한 나에게

회사 없이 홀로서기하는 나에게 남편은 항상 내 편이 되어 주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