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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에게 진짜 퇴사는 블라인드와의 이별

by 숲속의여사님 2024. 3. 26.

퇴사를 해도 블라인드를 놓기가 망설여졌다. 

(블라인드는 친절하게도 퇴사자를 밀어내지 않는다. ) 

 

 

왜일까?

이직이 아니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그대로 있었다. 

 

블라인드란 보통 갈등의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곳이다. 

나는 그들의 갈등을 보며 즐기기를 원했던 걸까?  맞다. 그곳의 무궁한 발전보다는 내가 없으니 좀 소란스럽고 껄끄럽게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퇴사하고 한 동안은 종종 들어가며 불미스러운 일은 없는지, 갈등은 없는지, 누가 잘못한 일은 있는지 나도 모르게 체크했다. 

'아, 이렇게 마음에서 밀어내지를 못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달리기를 하고 전시회를 다니며, 친구들을 만나는 삶을 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블라인드를 잊고 있었다. 

즉, 회사를 잊고 있었다. 

더 이상 주간회의 부서회의, 전략회의 등의 일정이 생각나지 않고, 그 사람들을 잊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진정한 퇴사를 했다는 것

 

그리고 핸드폰 속 블라인드 앱을 지웠다. 

마지막 끈을 자르고 이제 정말 자유인이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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