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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자의 독후일지

[북리뷰]제목이 맘에 들어...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by 숲속의여사님 2024. 8. 9.

작가 : 가시와기 하루코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 2024-01-09

 

 

매력적인 제목의 이 만화는

일본국 헌법 제25조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모든 생활에 대하여 사회 복지, 사회 보장 및 공중위생의 향상 및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에서 작품명을 가져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신입 공무원이 된 주인공 요시쓰네 에미루는 구청 생활과에 발령을 받는다. 생활과에서 하는 일은 생활보호자 관리이다. 이들을 케이스 워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초생활수급자 관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초 생활 수급자 관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시쓰네는 150여 명의 생활보호자를 관리하게 되면서, 이들을 돕는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어느 만화가 그렇듯이 아무것도 모르던 요시쓰네는 이들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 하면서 성장하는 내용이고, 우리에게 낯선 생활 보호 제도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이었던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뀌는 교과서 같은 만화이다. 

만화 중간 중간 생활 보호 제도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교과서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고,  회사 다닐 때 봤던 업무 매뉴얼들이 기억이 난다.

 

요시쓰네는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가정학대로 가출한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 각자의 사정으로 생활 보호를 신청한다. 그러나 누가 생활 보호자가 되고 싶을까? 국가로부터 생활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현재 본인 힘으로는 살아갈 힘이 없다는 것인데, 처참한 것은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면담을 하고,  재정상황을 상담자에게 탈탈 털리고, 가정환경 또한 탈탈 털리고, 직장 생활까지 탈탈 털려야 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하는 것이다. 

 

요시쓰네는 생활 보호 대상자들이 제대로 지원받는 일과 부정수급을 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된다. 

지원과 모니터링이라 너무 상반된 일이다.  국가 예산으로 하는 일이라. 철저하게 검토 후 보호 대상자가 되는데,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지 확인하고 부양 의사를 묻는데,  몇 년씩 연락도 없던 사람들에게 나를 경제적으로 책임지겠느냐 묻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상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책 속의 과장님은 '감사' 받는 것을 걱정해서 절차를 철저하게 지키라고 하는데... 음.. 어디서 많이 봤던 모습이다.  실제 업무를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는 직원은 생활 보호 대상자의 강한 거부감 속에서 설명하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요시쓰네에게는 한다 씨라는 베테랑 선배가 있다. 만화에서는 눈이 안 보이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는 언제나 생활 보호 대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다각도로, 이면에 있는 숨겨진 사연까지 캐치하는 분이다.  중요한 순간에는 그 분의 눈이 그려져서 나오는데, 매우 잘 생긴 얼굴로 나온다. ^^ 

 

중간중간 그분의 대사가 맘에 와닿았다. 

 

특히 1권에 새겨둘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사람들의 삶은 보는 것과 같습니다.' 

생활 보호자 집을 방문하기 전에, 요시쓰네에게 주의를 주며 하는 말이다. 요시쓰네는 초기 치매의 할머니 집에 방문했고, 어질러질 방과 지저분한 주방을 보며 할머니의 현재 삶을 추측한다. 

 

'돈의 무게는 우리 생각보다 많이 무겁습니다. 힘들게 생활하는 그들에게는 더하겠죠. 그 사람의 돈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활 원천을 손에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 

평상시엔 친절하지만 보호비 지급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화를 내는 사람에 대해선 위와 같이 말했다. 당신의 그 사람의 생활 원천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날카로워지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최저한도라는 기준이 뭘까? 

최저한도라는 기준을 먹는 것에 집중 했던 것 같다. 

굶지 않으면 최저한도의 생활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이라는 수식어가 기존의 나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만화는 완결되었겠지만, 우리나라 번역본은 현재 출판 중이다.  글을 쓰는 지금 4권까지 나왔다.  앞으로의 에피소드가 기대되는데, 

늘 귀가 팔랑 거리는 요시쓰네의 공무원으로서의 삶도 걱정된다.

 

일본은 만화롤 원작으로 드라마를 진짜 빨리 잘 만드는데  본 작품도 이미 드라마로 나와있다. 

 

한다 씨 역에  이우라 아라타가 나오는데, 이 분은 그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에서 죽은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도록 돕는 역할로 나오신 분이다.  어디에서나 누군가를 돕거나,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역할이 잘 어울린다. 

 

드라마도 매우 궁금하다. 

 

그나저나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공무직의 삶은 비슷한 것 같다. 

 

세상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만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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