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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자의 독후일지

[북리뷰]직장인으로서의 은행원이란...은행소설의 1인자 이케이도 준의 '샤일록의 아이들'

by 숲속의여사님 2024. 9. 20.

지은이 : 이케이도 준

발행일 : 2008 (개정판 2022.5)

출판사 : 인플루엔셜 

 

 

당한 만큼 갚아준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인물 '한자와 나오키'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성공을 거둔 한자와 나오키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이케이도 준.

답답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이 내려지는 직장 생활을 할 때, 나는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서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직장생활의 통쾌한 감정을 느꼈다. (한자와 시리즈는 나중에 따로 소개하죠) 

 

이케이도 준은 은행원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이라는 직장을 배경으로 한 직장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되는 소설이 오늘 소개하는 '샤일록의 아이들'이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악덕 고리대금 업자의 이름은 샤일록이다. 샤일록은 이제 악덕업자, 욕심쟁이의 대명사이다. (요즘 아이들이 샤일록이 왜 악덕업자의 대명사인지 알까? ) 

 

'샤일록의 아이들'이란 제목에서 보듯이 작가는 은행이라는 곳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도쿄제일은행의 나가하라지점

도쿄외곽에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는 나가하라 지점은 업무는 관심 없이 본점으로 가는 것만 기다리는 고도 지점장과 고졸 출신으로 지점장이 되기를 원하는 후루카와 부지점장의 목표가 묘하게 일치하면서 무리한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지점의 실적이 곧 이들의 앞길을 정해주므로, 고객들에게 손해가 예상되는 펀드 판매를 종용하고, 부도가 예상되는 회사에도 무리한 대출을 하고 있다. 

 

이러던 중 현금 100만 엔이 사라지고,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몇몇 직원들과 각출해서 부족한 현금을 채운다.  직원들에겐 현금을 찾았다고만 하고 끝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업무과 니시키는 혼자 현금을 훔쳐간 범인 찾기에 나선다. 

 

그러나, 범인을 찾기는 커녕 니시키 마저 행방불명되면서 조용하길 원했던 나가하라 지점은 본점의 감사와 인사처리 대상이 된다. 

 

모두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일하지만, 

일하는 이유도  일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이들은 은행원이 갖춰야 하는 돈을 만지는 직업의 도덕성은 사라지고, 조직의 이득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버블경제 시대에 은행에 입사한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은 고객 위에 은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승진하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이들의 최종 목적이다.  그렇기에 조직이 그들에게 최고의 고객이다. 누구도 조직에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설령 그것이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생활보다는 조직 생활이 우선하기에 개인 생활을 먼저 생각하는 젊은 행원들이 못마땅하다. 

 

버블이 꺼지고 은행의 문턱이 낮아진 후 들어온 젊은 행원들은 관리자들의 직업 의식이 못마땅하다. 고객이 뻔히 손해 보게 되는 상품을 팔라고 하고, 잘못은 책임지지 않고, 부하직원에게 떠 넘기는 버블세대 관리직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은행에서의 앞날을 위해 참아보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참을 만한 일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영업과의 에이스 다키노는 사실 허위 대출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절차를 제대로 지켰다면 다키노의 탈선이 드러나겠지만, 실적에 눈이 먼 관리자들은 '실적을 위한 것'이라는 다키노의 말이라면 그냥 넘어간다. 

 

이렇게 샤일로의 아이들은 은행 안에서 한 명 두 명 늘어나고만 있다. 

 

사라진 돈을 찾던 '니시키'를 어떻게 되었을까? 

 

반전은 늘 있고, 뜻밖의 일에서 우리는 니시키의 행방을 예측하게 된다. 

 

샤일록의 아이들은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슬프다. 

 

직장 소설류를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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