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회생활은 1999년 12월이었다. 대학 4년 기말시험을 끝냄과 동시에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앞으로 취업이 잘 될 거라 해서 전산과를 다녔는데, 졸업 1년 전 IMF 사태가 발생했다.
취업 전선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졌다. 간신히 면접은 보았으나 면접관들이 원하는 질문을 하지 않아 탈락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다는 벤처 기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직은 작았고, 매거진 같은 콘텐츠 생산을 통해 향후 쇼핑과 연결하려는 회사였다.
지금은 그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24년 전에 낯설고 우리 사회에 아직은 빠른 개념이었던 것 같다.
여하튼. 기존과 다른 것을 하기 위해 다양한 그룹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웹소설가, 마케팅 전문가, 디자이너, 광고 전문가 등 등
이상하게도 구성원의 90%가 여자였다.
막내인 나에게 언니들은 잘 대해 주었다.
법인 카드를 쓸 때는 언제나 새로운 식당으로 데려가서 처음 보는 음식들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나는 가정식 백반집이 왜 있는지 이해를 못 했다. 아니 집에서도 먹는 걸 왜 나와서 먹는 거지? 가정식 백반의 소중함을 알려면 3년 차 이상은 되어야 한다)
재미있고 신나는 첫 직장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출근길에 오늘 나의 선임의 기분일 어떨지, 어제 화내고 간 팀장의 기분은 어떨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분들 기분이 좋으실 것 같은 날에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그분들 기분이 저기압 일 것 같은 날에는 내 기분도 내려앉았다.
문득 나의 하루의 기분이 상사의 기분에 좌우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월급쟁이의 서러움을 처음으로 느낀 날이었다.
월급을 받는 자에겐 '내 감정도 내 것이 아니구나'
20년이 훨씬 더 지난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 기분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늘었났다.
연차가 쌓이면서 조직의 위에 계신 분들에게 보고 할 일이 늘어나고, 그분들의 오늘의 심사를 챙기는 게 내 일이 되고
MZ 세대가 나타나면서 아래에 계신 분들의 기분도 내 기분에 영향을 주고 있더라.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내 기분을 매우 좌지우지 하는 부류는 갑작스레 '화'를 내는 타입들이다.
예측하지 못한 감정의 폭발은 언제나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한다.
이 부분에 좀 더 마스터가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길까지는 가지 못하고 조직에서 하차했다.
오늘도 상사의 기분이 내 기분이 되는 샐러리맨들 당신의 감정은 소중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세요
당신과 같은 처지의 동료에게 힘내라 말해보세요
'과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게 진짜 퇴사는 블라인드와의 이별 (1) | 2024.03.26 |
---|---|
워킹맘에서 워킹 떼고 맘으로 2 (2) | 2024.03.18 |
워킹맘에서 워킹 떼고 맘으로 1 (0) | 2024.03.15 |
내 편이 필요해. 응원이 필요해 (1) | 2024.03.05 |
기러기 이사! 내 손으로 내 돈 들여 사는 삶의 시작 (0)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