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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타쿠의 시청일지

[영화리뷰] 지루한 줄 알았으나 자꾸만 생각나는 도쿄 감성 100% 영화 퍼펙트 데이즈

by 숲속의여사님 2024. 7. 16.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왔다. 

이 영화를 대표하는 두 가지 단어, 

빔 벤더스 감독

2023 칸느 영화제  남우주연상 야쿠쇼 코지 (참고로 2022년 칸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은 송강호 배우이심) 

영화가 느릴 것 같아. 내심 걱정하며 갔는데, 초반에 졸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잔잔한 감성이 짙어진다.  다시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에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매력이 있다. 

 

독일 감독이 일본 영화를 만든다는게 낯설지만, 생각해보면 박찬욱 감독도 영국 드라마를 감독했다.  영화계는 이미 국가의 벽을 넘어섰다. 

 

영화는 도쿄 공중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며칠 간의 삶을 쭈욱 보여준다. 

50대의 독신남인 히라야마의 삶은 단순하다. 

길가의 빗자루 소리에 잠을 깨고,  바로 이불 정리를 한다.

아랫층으로 내려와 세면대 겸 싱크대에서 양치질과 면도를 한 후, 분무기를 들고 올라와 작은 화분들에 정성스레 물을 뿌려준다. 

작업복을 갈아 있고 나와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아 마시며 출근을 한다. 

현관을 나서기 전 그가 챙기는 동전, 필름 카메라 등은 왜 갑자기 멋져 보이는지 

출근하며 듣는 카세트 테이프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배우의 연기 이외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OST 꼭 찾아 들으시길....

 

히라야먀는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정성스레 청소한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세면대를 꼼꼼하게 닦고, 벽에 걸린 거울을 정성스레 닦는다. 

그가 하는 작업을 보고 있으면 공중화장실 청소가 숭고한 일로 느껴진다. 

가끔은 청소 중에 화장실을 사용하러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나가 그가 용변을 다 볼때까지 기다리는데, 그 모습이 멋쩍다. 

 

오전 일이 끝나면 편의점에서 산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날의 나뭇잎에 비치는 햇살을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다. 

 

일이 끝나면 대중 목욕탕에 가서 샤워 후 퇴근. 퇴근길에 단골집에 가서 맥주 한 잔과 저녁을 먹는 것이 그의 평일 일상이다. 

 

주말엔 집안 대청소를 하고, (여기서도 청소 전문가답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로 보시기를 권한다. ) 

그 날은 왠지 손목 시계를 차고, 필름 카메라 현상소에 가서 지난주에 맡겨 현상 된 사진을 찾고 새로운 필름을 맡긴다. 

중고 서점에 가. 100엔 짜리 문고판 책 한 권을 산다. 

집에와서 현상 된 사진을 확인하며 잘못 된 것은 그 자리에서 찢어 버리고 잘 나온 것만 한쪽에 잘 모은다. 

저녁은 작은 로바다야기에 가서 감자 샐러드를 먹고 사람들과 그 시간을 즐긴다. 

 

항상 똑같은 그의 삶에 가출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작은 일렁임이 이는 내용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SNS를 통해서 매일 화려하고 예쁜 새로운 것을 찾는 요즘의 삶과 비교하면 그의 가난하고 단순한 삶이 단단해 보인다.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안정적이고 단단해 보여, 나는 이 영화에 점점 빠져든다. 

 

히라야마는 자주 하늘을 올려다 본다. 

현관문을 나오자마자 하늘을 올려보고, 

점심 시간에 나뭇가지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올려다보며 그 순간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가출한 조카가 히라야마를 찾아와서 물었을때, 

'인생에는 여러 개의 삶이 있다'라고 대답한다. 

그 말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이전과 비교해서 단순해진 내 삶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내 삶에 의기소침한데, 

이것도 여러 개의 삶 중에 하나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푸르른 초록 나무와 파란 히라야마씨의 작업복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런 파란이 이렇게 예쁜 수가 있을까? 미처 몰랐다. 

 

이 영화는 점점 진해지는 찻잎처럼 감동이 진해지는 매력이 있다. 

 

영화가 이렇게 감동인데,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히라야마가 가진게 많고, 배운게 많은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영화에서 보여주는데, 

가진 걸 포기하고 본인이 만족하는 삶을 살아서 멋있어 보이는 걸까?

그에게 화장실 청소부는 선택이었을수도 있다. 

 

가지고 배운게 없어서 화장실 청소부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나왔어도 이렇게 멋있었을까?

어떠한 삶이든 우리는 삶에 찌든 삶보다는 누리는 삶을 동경한다. 

감독이든 배우든  그점을 잘 알고 만든 영화이다. 

 

여담으로 

나는 야쿠쇼 코지 배우에게 쏘옥 빠졌다. 

별다른 대사 없는 연기가 너무 좋다. 

그런데 넷플릭스에 있는 드라마 더 데이즈(이 배우는 데이즈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듯)에서 대사 많은 연기도 좋다. 

이 분 표정 자체가 젊은이들에게 위로가 된다. 

 

이번주네 방한한다는데 만날수는 없겠지?

이런 영화 많이 많이 만들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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