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교황에 오른 프란체스코 교황이 하나님 나라로 돌아갔다.
가난한 자들에 대한 관심과 실천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기대감을 갔게 했던 프란체스코 교황은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하다.
교황이 된 다음 해인 2014년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조선말 천주교 박해 후 순교한 사람들을 복자로 올리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아픈 자들을 찾아가 축복했다. 나는 천주교인이 아니지만, 저분이 예수님과 같은 행보를 보이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한국인 정진석 신부를 바티칸 시티국의 장관으로 임명하기까지 했으니 한국인들이 매우 가깝게 느낄만한다.
그 분의 시작에 대해 알고 싶다면,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황 두 교황을 추천한다.
살아있을 때, 교황직에서 내려올 생각은 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계속 사직서를 제출하는 아르헨티나의 교구장 호르헤 신부를 로마로 불러들인다. 낡고 협소한 아파트에서 살며, 축구를 좋아하고, 이웃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호르헤는 이번만은 꼭 사직서를 수리해 달라고 해야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로마로 향하는데, 현 교황은 사직서 얘기는 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직서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바티칸 궁에 지내며, 혼자 식사하고, 클래식 피아노를 치고, 혼자 산책하는 교황과 축구를 보며 열광하고, 사람들 속에서 웃으며 검소한 삶을 추구하는 호르헤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살기로 한 서로 다른 이 두 사람은 신앙에서도 서로 다른 부분의 마음의 죄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받아들이고 용납하진 않는다. 둘이 걷는 길은 전혀 다르지만 그 길의 목적지는 동일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보이지 않는 대결 같은 연기도 흥미롭다.
베드로 대성당과 바티칸 궁, 교황의 별장을 배경으로 해서, 이탈리아 정원을 걷는 느낌이다. 이토록 차분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
평생을 하나님의 종으로 살기로 서약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 신앙의 무게가 느껴진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신자들이 이해하기 가장 쉬운 말로 설교해야하는 이들의 임무. 특히 새로운 교황 프란체스코를 보면 신앙 안에서 자유함이 느껴져 마음이 시원하기도 했다.
그분 이후의 가톨릭 교황에 대해 알고 싶다면 최근에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를 추천한다.
얼마 전 소설 콘클라베를 리뷰했다. 그리고 지난주엔 영화도 봤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곧 콘클라베를 맞이하게 된다. 책과 영화로 접한 콘클라베를 보면서 하나님의 일에 인간적인 방법을 곁들여 진행함의 절충을 엿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맡기신 천국의 열쇠의 주인을 뽑는 자리. 고결하고 엄중한 시간이다. 오죽하면,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인도하심을 따르려고, 문 잠그고 마음이 모아질 때까지 투표를 하는 것일까? 그러나, 마냥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기다릴 수 없기에 인간의 약함을 이용한다. 문 잠그고, 밥 양을 줄이고,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금하면, 사람들이 눈치껏 하게 된다. 다득표 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수밖에...
콘클라베 후보는 모든 추기경 해당 된다. 80세 미만만 선거할 수 있으니, 이번 콘클라베의 후보는 140명이다. 이중 2/3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94명이 지지해야 교황이 된다. 세속의 선거처럼 선거운동을 할 수 도 없고, 공약을 내 걸수도 없다. 그러나, 이미 보수주의 vs 자유주의로 파가 나누어지고, 영화에서처럼 일부는 자국의 추기경 중에서 교황이 나오기를 원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가 이루어지고, 검은 연기와 흰 연기로 선거 결과를 외부로 알리기에 임시로 굴뚝도 만들어진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그림 앞에선 추기경이라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장소를 그곳으로 정한 건 아닌지...
아침과 저녁으로 투표를 하며, 3일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하루 동안 묵상의 시간을 갖고 다시 아침과 저녁으로 투표를 한다. 이것은 모두 교황법에 제정된 내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추기경단은 외부의 시선에 압박을 받는다. 교회가 마음을 모으지 못하여 교황선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찍을 순 없지만, 어떤 제약도 없기 때문에 추기경 중 아무나 될 수도 있다는 사실.
프란체스코 교황이 2000년만에 처음으로 비유럽 국가 출신 교황이라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폐쇄적 이어고, 보수주의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곧 전 세계에 흩어진 140명의 추기경들이 시스티에 성당에 갇히게 된다. 몇 번의 투표 끝에 교황이 선출될지 궁금하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신자본주의로 양극화가 극에 달하는 혼란한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그리스도의 첫 제자의 자리를 잘 감당할 사람을 뽑아 주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