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듣는 말은 '네가 카페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네 인상이 카페 사장이다', '네 얼굴이 매력적이라 사람들이 좋아할 거다.'였다.
나 스스로도 '나쁜 인상은 아니잖아. 언제든 맘만 먹으면 맘에 드는 분위기의 카페 하나 차리지'였다.
바쁘게 주문받는 카페 종업원들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은 무표정이 디폴트 값인가 보다. 좀 더 웃고 눈 마주치면서 주문받으면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텐데라고 뭣도 모르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카페업의 꽃은 포스라고 생각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샐러리맨들 말이다.
지난 연말 우연히 오피스 상권의 카페에서 주문받는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생겼다.
이건 정말 기회다. 3일의 교육의 거쳐 매일 2시간씩 2주간 일했다. 어떤 카페 사장도 내 나이의 사람에게 단시간 근무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친절함도 자신 있고
진상 고객도 자신 있고
미소도 자신 있었다.
제일 걱정은 POS기계에 주문을 입력하고 결제하는 것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이런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없다. 포스기계는 첨이었다.
먼저 메뉴가 어디 있는지부터 외워야 했다. 낼모레 50을 바라보는 우리 나이는 방금 본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데, 어쩌지?
나의 집중력을 모두 모아서 포스기 내 메뉴의 위치를 외웠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외워지지는 않았고, 내 손은 자꾸 포스 위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했다.
다음은 결제하기
요즘은 카드 결제는 매우 쉬운 편이다.
결제 방법이 뭐가 이리 다양한지 모르겠다. 제일 난관은 현금 결제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더 익숙해지지 않는 방법이다.
종종 외국인 손님들이 현금 결제를 한다.
내 손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포스 위를 방황했다. 앞에 서서 기다리는 고객은 나를 어떻게 봤을까?
그 뒤에서 주문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내 손이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랐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양호하다.
주문은 오프라인에서만 들어오는 게 아니다.
쿠팡, 배민, 네이버 등으로 들어오는 주문들. 오프라인과 온라인 주문을 같이 쳐내야 하고, 각 앱별로 처리 화면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다시 내 손은 방황했다. 온라인 주문은 접수완료, 배달준비완료, 배달완료 등 중간중간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다.
2시간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났다
'실전은 상상과 많이 다르구나'
나이라는 건 무시 못하는구나.
맥 OO이나 스 OO에서 어르신들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홍보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다.
젊은이들이 일하는 곳에서 같이 일하는 어르신들이 대단해 보였다. 몸도 머리도 더 이상 빠릿빠릿하지 않은데, 무엇을 특기로 내세워야 하나
'연륜?'
연륜이 필요한 순간이 많지는 않을 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조언을 주거나 격려를 주기 전에 일단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을까?
한 동안 의기 소침했다.
그러나 곧 또 하나의 세계를 공부했다. 실전을 하지 못했으면 뭣도 모르는 생각에 아직도 빠져 있었겠지? 라며 스스로를 조금 위로했다.
오늘도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일하는 도전을 하는 분들
응원합니다.
도전 자체로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