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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자의 독후일지

📘 지금 읽어야 할 한국 현대사 대하소설, 『태백산맥』 독후감

by 숲속의여사님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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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겨울 방학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뒹굴 뒹굴 만화책 보고 잡담하고 있는데, 친구네 아버지 책장이라는 곳에 한자로 쓰인 10권의 책이 멋지게 꽂혀 있었다. 제목은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꼬맹이에겐 낯선 작품 낯선 작가였다.

그러나 책이 10권이나 가지런이 꽂혀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었고, 그냥 끌리듯 1권을 손에 잡았는데, 그 뒤로 세상을 보는 내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그 전까진 6.25는 북한 공산당이 남한을 쳐 들어온 나쁜 전쟁이었고, 민족 상잔의 비극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태백산맥을 읽으며 이념의 갈등이 가져오는 결과, 민족 상잔의 비극이 무엇을 뜻하지는 알게 되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에 밀려 인지도가 덜하지만 조정래 작가는 한국 근현대 문학에 매우 중요한 작품을 남긴 작가이다.

 

오늘은 '태백산맥'을 소개한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이념의 대립을 생생하게 그려낸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2025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이유를 담았다.


📖 『태백산맥』이란?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가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발표한 대하소설로, 전 10권(통합본 5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작품입니다. 전라남도 보성 벌교를 배경으로 1948년 여순사건부터 한국전쟁 초기까지의 이념 갈등, 민중의 삶, 분단의 현실을 그린 작품입니다.

2025년 현재, 이 소설은 국립중앙도서관 필독도서로 꾸준히 추천되고 있으며, 교육부 고등학교 추천도서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한국 현대사 소설 중 하나로 꼽히며, 독자들의 재조명 속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1994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며 영화화 했습니다. 안성기, 김명곤, 김갑수, 오정해 등 당대의 명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 줄거리 요약 – 현대사의 민낯을 마주하다

벌교라는 작은 시골 마을. 그곳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은 해방 이후 좌우 이념 갈등과 한국전쟁으로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좌익과 우익, 지주와 소작농, 양민과 군인, 남한과 북한. 『태백산맥』은 이 복잡하고 치열한 구도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희생, 그리고 생존의 의미를 묻습니다.

주인공 하대치, 염상진, 송기호, 김범우 등의 캐릭터를 통해 독자는 이념의 갈등을 개인의 삶 속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게 됩니다.


👥 『태백산맥』 주요 인물  – 이념 속 인간의 초상

『태백산맥』은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닙니다.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이 그 자체로 이념을 상징하면서도, 그 너머의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을 품고 있습니다.

 

염상진남조선로동당 보성군당 위원장. 지독한 고생 끝에 두 아들을 키워낸 아버지의 소망대로 교사가 되었으나 일제에 충성하는 교사는 되지 않겠다고 그만두어 아버지를 홧병으로 세상 버리게 만든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적색농민운동을 주도했을 정도로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 환상을 갖고 있으며, 남로당이 불법화된 이후 입산하여 활동하던 중 여순사건 때 일시적으로 반란군에게 여수와 순천 일대가 점거되자 산에서 내려와 벌교를 장악하지만, 곧 토벌대와 국군에게 쫓겨 다시 입산하였다가, 1950년 한국전쟁 개전 이후 조선인민군이 호남 일대를 장악하자 다시 내려왔다가, 인민군의 후퇴 이후 다시 입산하게 된다. 그 이후 지리산 일대 빨치산들과 근근히 버텨나가던 중 1953년 휴전 협정 후 일어난 대규모 빨치산 토벌의 끝에 국군에게 포위되어 몰리게 되자 대원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결한다. 


김범우 염상진과 김범우 중 어느 쪽이 주인공이냐는 이 소설의 영원한 논쟁거리다. 사실상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인물. 이 때문에 80년대 중후반 일부 운동권들은 이 소설을 배격하기도 했다.
OSS 출신이며 6.25 전쟁 중엔 처녀들을 겁탈하려는 미군을 제압하곤 유창한 영어가 수상하단 이유로 체포되었다가 정체가 밝혀지면서 강제로 통역병으로 징병된다.
김범우의 캐릭터는 실제 인물인 학병 출신 박순동을 모델로 했다. 작가 조정래의 외삼촌.
기본적으로는 민족주의자이긴 하나 반미성향이 강해 통역 제안에 대해 갈등하는데 결국 2달간 미군 통역으로 있다가 탈출 하여 인민군 쪽으로 투항한다. 그런데 그 부대가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거제도 포로수용소행. 이때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인민군에 납치된 양민이라고 밝히며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통역으로 일하다가 북송을 선택하게 된 정하섭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포섭되어 좌파 사상을 지녔지만 전향한 척하는 위장 반공포로로 귀향하며 소설이 끝난다. 즉, 시대의 풍파에 휩쓸리면서 흐름을 지켜보지만 결국 종국에는 좌익으로 기울게 되는 지식인으로, 작자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

 

염상구 염상진의 동생이자 벌교 일대를 장악한 깡패 조직의 두목으로, 별명은 쌍칼. 형이 아버지의 편애를 독차지하고 본인은 그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자라 형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오죽했으면 하는 말이 "염상진이 그놈이 경찰이었으면 내가 빨갱이가 되었을 거요!" 강동식의 아내인 외서댁을 수 차례 강간하고 상류층으로의 진입을 위해 부하를 시켜 부잣집 딸 윤옥자의 가방에 공산주의 부역 혐의를 받을 편지를 넣어두고는 체포해 반강간 후 결혼하는 등 이런저런 악행을 저지르나, 상류층 진입에 성공한 뒤에는 체포당한 소화에 대해 정하섭 과의 관계 등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보고하면 중형을 받을 걸 알고 일부러 핵심적인 건 빼고 보고서를 써 형량이 어느 정도나마 줄어들게 배려하고, 결말부에선 빨갱이라고 대놓고 욕만 해대던 형이지만 그가 죽어 효수당하자 시신을 거두는 모습을 보인다.포악하기 그지없으면서 결혼하곤 나선 어찌 공처가가 되는데, 아내가 원체 재산 있는 유지 집안 외동딸인 탓이다.

 

하대치 원래 천한 하씨 가문의 출신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동학에 가담했다가 지주들 손에 처참하게 죽었다. 그리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도 지주한테 맞아 죽는다. 이후 염상진의 오른팔로 활동한다. 그의 아버지는 하대치의 손에 죽은 우익 인사들의 아들들에게 매를 맞다 넘어져 주춧돌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 부친의 죽음에 격노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염상구에게 겁탈당한 것을 알고 뛰쳐나간 강동식과는 달리 가만 있으라는 염상진의 명령에 따른다. 태백산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다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데, 그 구상에서의 결말은 하대치가 미전향 장기수로 수감되어 있다가 5.18의 소식을 듣는 것이었다고 한다. 5.18은 결국 조정래의 세번째 대하소설 한강에서 다뤄진다. 어쨌거나 태백산맥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인물. 염상진이 묻힌 묘지를 찾아가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하며 하대치와 몇 안 되는 빨치산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태백산맥의 마지막 장면이다. 

 

🧠 이 작품이 주는 시대적 메시지

🔺 이념의 무게와 인간의 고통

『태백산맥』은 단순히 좌익과 우익의 충돌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이념이 어떻게 개인의 일상과 사랑, 우정, 가족까지 침범하고, 파괴하는지를 정밀하게 묘사합니다.

2025년 현재, 정치적 양극화가 다시 심화되는 시대에서 이 소설은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 지역의 역사에서 국가의 역사로

벌교라는 한 지역의 이야기가 곧 한반도 전체의 비극적 역사로 확장됩니다. 이 지역성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지역과 정체성", "지역 갈등"이라는 현재진행형 문제와 연결됩니다.


🔍 2025년, 왜 다시 『태백산맥』인가?

  1. 통일담론과 역사교육 논쟁이 다시 떠오르는 지금, 이념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2. 제2차 남북정상회담 25주년을 맞아 남북문제에 대한 성찰 기회

✍️ 인상 깊었던 문장과 감상

“이념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인간이 이념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인간을 도구로 만드는 이념의 잔혹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민중들의 고통. 이 문장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 독후감: 역사는 이야기로 살아남는다

『태백산맥』은 한 권의 소설이 아닙니다. 수십만의 희생과 수천만의 통증이 녹아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서이자, 우리 자신의 거울입니다.

조정래 작가가 써 내려간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를 모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태백산맥』은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할 작품입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책 추천

  • 『아리랑』 – 조정래 작가의 또 다른 민족 대서사시
  • 『한강』 – 박완서 작가, 전쟁을 겪은 여성의 시선
  • 『기억의 밤』 – 현대사와 심리를 결합한 류시화 작가의 신작 (2025년 4월 출간)

🔖 마무리하며

『태백산맥』은 그 어떤 역사책보다 생생하고,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2025년, 이념과 갈등의 과거를 넘어 공존과 평화를 말하고 싶다면, 『태백산맥』은 반드시 다시 꺼내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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