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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타쿠의 시청일지

[예능리뷰]10화 중도하차를 부른 데블스플랜 데쓰룸(시즌2).데블스플랜에 인간이 아닌 데블이 왔다.

by 숲속의여사님 2025. 5. 22.

드라마나 영화 리뷰만 하다가, 오늘은 설거지하다가도 화가 치밀어 올라 예능 리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TV는 심심할 때 기분 좋아지려고 보는 거다.
기분을 망치려고 예능을 틀 사람은 없다.
특히 서바이벌 예능은 재미와 긴장, 그리고 사람 간의 심리를 보는 쾌감을 준다.

서바이벌 예능의 최강자, 정종연 PD가 데블스플랜을 들고 나왔을 때 모두가 환호했다.
시즌1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문제를 풀고,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가치관, 그리고 지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에게 데블스플랜은 "데블의 플랜"을 인간이 헤쳐 나가는 이야기였다.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처럼,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신을 차리는 인간의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2를 더욱 기대했던 이유는 이세돌이었다.
그는 바둑이라는 뇌 싸움의 정점에서 살아남은 전설이고, 시즌1에서 조연우 9단이 별 활약 없이 탈락한 아쉬움을 털어줄 거라 기대했다.

14명의 참가자 중 9명이 유명인(이세돌, 저스틴 민, 규현, 강지영, 윤소희, 세븐하이, 이승현, 정현규, 최현준, 츄),
일반인은 1:1000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명(김하린, 박상연, 손은유, 티노)이었다.
놀랍게도, 일반인 참가자들의 활약이 연예인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분노의 포인트 1. 이세돌과 저스틴의 광탈

가장 데블 같은 인물 최현준은 이세돌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타격한다.
생활동과 감옥동 연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지만, 이세돌과 저스틴은 연합에서 소외되었다.

그들이 정말 혼자 플레이를 원했을까?
9화에서 규현은 "그들이 원해서"라 말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지 않은 저스틴은 연합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연합은 완성된 구조였고, 그는 자리가 없다는 걸 눈치챘다.
그의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를 나는 봤다.
이세돌 역시 그 연합의 기브 앤 테이크 분위기를 불편해했던 것 같다.
‘그럼 나 뭐 해줄 건데?’라는 말이 너무 자주 나왔다. (박상연, 최현준)

이세돌은 결국, 최현규의 계획에 따라 최현준의 손에 탈락한다.
이 순간부터 현준이는 현규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

저스틴은 감옥동 데스매치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초반엔 늘 약해 보였지만, 그는 게임 진행 방식을 조용히 관찰한 후 중후반부터 날카롭게 치고 나간다.
하린이 탈락한 게임, 시간 경매 게임, 보물섬에서도 그의 두뇌와 판단력은 돋보였다.
하지만 결국, 현규의 ‘선제 제거 리스트’에 의해 아깝게 탈락했다.
저스틴과 강지영의 눈물의 작별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분노의 포인트 2. 규현과 소희의 배신

감옥 연합은 파이널에서 현규를 타깃으로 삼는다.
규현과 소희도 동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현규가 징징대니 두 사람은 돌아선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사람 하나씩 찍어서 집에 보내던 방식은 잊은 건가?
이건 아니라니... 도대체 뭐가 아닌 건지 모르겠다.

이 배신으로 현규를 탈락시킬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린다.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현규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프로그램의 작가처럼 모든 판을 짜고, 이루어진다.
이게 과연 공정한 서바이벌인가?


분노의 포인트 3. 요즘 아이들의 게임 스타일

세븐하이가 탈락하는 장면을 보고 나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너무 불쾌했다.
그 이후 더 이상 보기 싫어져서 중도하차를 결심했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20~30대이고,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문대 출신이다.
문제 푸는 실력은 놀랍다. 경우의 수를 읽고 전략을 짜는 능력은 감탄스럽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까지 서툴까?
연합에선 의리도 없고, 배려도 없고, ‘기브 앤 테이크’만 존재한다.
말로 약속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
심지어 피스를 함께 획득한 상황에서도 나눌 생각조차 안 한다.

현규는 거짓말을 일삼고, 모든 걸 자신의 전략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게임이니까’라는 핑계로 덮기엔 너무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다.
그가 권력을 가지면 진짜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은 ‘의리’란 단어를 모른다.
연합의 암묵적 신뢰 대신 늘 ‘그럼 나한테 뭐 해줄 건데?’를 입에 달고 산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거나 길을 열어줘도, 0.5초만에 잊고 더 유리한 쪽으로 붙는다.
그건 생존이 아니라, 자기만 아는 계산이다.


상연, 소희, 그리고 참 아까운 가능성들

상연은 너무나 똑똑하지만, 인간 심리를 모른다.
이세돌에게 피스 하나 줄 테니 살려달라?
그건 고수를 너무 얕본 판단이었다.

소희는 자신의 능력을 타인을 위해 쓰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현규가 징징대면 대신 욕 먹고, 대신 나서주고, 대신 포기했다.
심지어 파이널 우승조차도 그냥 포기한다.
세븐하이가 마지막에 "너만의 플레이를 해"라고 말한 이유를, 소희는 꼭 곱씹어야 한다.


 

원래는 데블스플랜의 놀라운 지점도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데블 얘기만 하다 보니, 감정이 다 소모돼 버렸다.

놀라운 점은 내일 적겠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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