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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타쿠의 시청일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추천]150분 순삭 드라마. 박훈정 감독의 '마녀'의 스핀 오프 드라마 '폭군'. 이건 액션영화를 가장한 오피스드라마구먼.

by 숲속의여사님 2024. 8. 16.

디즈니플러스 제공

2024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드라마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식이 삼촌', '화인가스캔들'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박훈정 감독의 신작.... 감독의 첫 드라마가 디즈니의 이 모든 오명을 씻어줄 것 같다는 예감이다. 

 

작품을 설명하기 전에  박훈정 감독을 조금 알고 가면 좋다. 

국정원 출신의 이병헌과 사이코패스 최민식의 죽을 때까지 싸우는 '악마를 보았다'를 시작으로 

황정민의 '헤이 브라더~~', '드루와' 등의 유행어를 남긴 신세계, 북에서 넘어온 사이코패스 '브이아이피' 등 이름만 들어도 피가 철철 흐르고, 두 눈 뜨고 못 보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그 영화 등을 다시 생각해 봐도 불편한 감정이 든다.  그는 그런 감독이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그가 슈퍼 솔저, 초인 세계관을 만든 것은  김다미가 주연으로 나오는 2018년 작 '마녀'가 시작이었다. 박훈정 유니버스이다. 

그의 유니버스의 주인공은 늘 여자들이다.  

청초한 고등학생 김다미가 초인으로 변해 그 누구도 덤빌 수 없는 최종병기 그녀가 되는 과정을 드라마처럼 그렸다. 그의 영화엔 늘 서사가 있다. 관객들을 액션을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를 즐기게 된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남기며 끝난 마녀는 2022년 신시아 주연으로 마녀2를 선보였다. 그러나, 영화는 전편만 못했다. 신시아가 김다미처럼 라이징 스타가 될 줄 알았으나 존재감이 약했다. 스토리 전개상 캐릭터를 강하게 어필한 시간이 부족했다. 마녀의 세계관은 국내에서 글로벌하게 넓혀졌으나 스토리는 뭔가 시작하다 만 느낌이었다. 그 뒷 이야기를 위한 사전 설정이었다면 조금 이해할 만은 하다. 

 

그 후,  '귀공자', '낙원의 밤' 등 피튀기는 영화로 넷플릭스와 영화관을 섭렵하시고, 이번에 '폭군'으로 디즈니플러스까지 확장해서 돌아왔다. 

 

출연 차승원(퇴직한 청소부 임송 과장), 김선호(폭군 프로젝트 설계자 최국장), 김강우(미국 정보부 소속 폴), 조윤수(청부업자 채자경, 채 선생 딸) 

 

줄거리 70,80년대 군사력으로 파워게임하던 시기가 지난 것 같지만, 각 기관은 슈퍼 아미를 만드는 비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 국내에서도 정보부 내의 '이너써클 수장' 최국장의 지휘로 진행된 '폭군' 프로젝트는 해외 정보기관에 발각되어 요원들 모두 제거되고, 샘플 하나만 남는다. 최국장은 샘플을 회수하기 위해 기관 외 요원들을 가동하고, 기관 외 요원 '연모영'은 청부업자 자경에게 일을 맡긴다. 최근 기관의 일을 하다 제거된 아빠 채 선생의 죽으므로 실의에 빠진 자경은 어쩔 수 없이 일을 받아들이지만, 기관에서는 외부 용역은 일을 끝난 후, 비밀 유지를 위해 모두 제거한다.

이에 죽을 뻔한 자경은 복수를 위해 연모용을 쫓기 시작하고,  마지막 샘플은 최국장측과 해외 정보기관, 그리고 국내 정보기관에서 쫓기 시작한다. 여기에 차승원은 퇴직한 현장 요원으로 노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최국장으로부터 청소 일을 맡는다. 마지막 샘플을 가지고 있던 자경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폭주하기 시작한다. 

 

폭력적인 장면을 거둬내고 영화를 보면 꼭 오피스드라마 같다.

이들은 모두 성실한 직장인들이다. 늘 검은양복을 입고, 목표한 일을 열심히 하지만 늘 지쳐있다. 없는 인력과 예산으로 프로젝트 성공하기 직전, 더 큰 대기업(해외정보부)에서 위력으로 실적을 날름 뺏어가려 한다. 회사 경쟁자는 돕지 않고 내부규정을 어겼다고 등 뒤에서 칼 꽂는다. 사실은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있는 최국장은 재능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며 늘 눈이 충혈되고 긴장된 모습이다. 이건 '미생'의 오 과장님 비슷한 모습이네.  최국장의 상황은 늘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위에서 찍어 누르는 힘에 밀려 내부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중이다. 출세를 위해 음지에서 험한 일을 맡아하는 연모용은 존재조차 알아주지 않는 상사에게 실망하는 모습이 직장인들과 똑같다. 

내 이름은 아냐고 투덜대는 연모용에게 하는 최국장이 하는 말이 있다. 

'그러라고 나라에서 월급 주는 거다. '

우리 모두 한번즘은 들어본 말이다. '그러라고 회사에서 월급 주는 거다' 

(왜 이렇게 슬픈거지..) 

 

퇴직한 임송과장조차 카라가 넓은 셔츠에 폭넓고 촌스런 구식 넥타이를 매고 일한다. 임 과장은 상대방에게 '선생님', '아가씨' 등 늘 존댓말을 한다. 퇴직했으나 경제적 상황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그의 모습이야 말로 직장인의 모습이다.  나이가 많으나 전혀 꼰대 같지 않다. 노후 준비에 자금이 부족해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이고야' 하며 늙은 몸을 이끌고 한숨 쉬며 일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장르는 추리물이다. 

마녀의 스핀 오프라는 것은 

임 과장이 자경에게 폭군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보면 알게 된다. 

'이것을 제어할 수 없어요. 뇌까지 싸악~ 잡아먹혀 결국엔 이 유전자의 주인과 같이 되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이 유전자의 주인은 누구일까? 

전작 마녀에선 실험기관이 있었고, 1세대 실험체들은 결점이 있었다. 2세대 실험체들 중에서 폭주한 것이 김다미가 맡은 자윤이었다. 

어라.. 자경... 자윤 이름이 비슷한 것도 이유가 있을까? 

자경은 수녀님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느 날 최 선생에게 오는데, 그전에 자윤과 연결이 있었을까?

 

영화 도입부 보스턴백에 담긴 문신으로만 나온 자경의 아버지 채 선생은 영화 마지막에 배우 이성민이 맡아 나온다. 

갈 곳 없는 자경을 거둬들이고, 이유를 묻지 않고, 씻기고 밥 먹여 딸로 키운다. 자경은 2중 인격으로 정상이 아닌 아이다. 

그런 아이에게 금고 여는 기술, 청부살인 기술을 가르친 사람이 채 선생이다. 

왜 자경이 채 선생에게로 갔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전에 어떤 접점이 있었을까? 

 

드라마 보는 내내 감독이 흘려놓은 복선이라 추측되는 것들을 자꾸 찾게 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답을 찾으려 애쓰게 된다. 

범인을 찾는 어느 추리물 못지않게 뇌를 쓰게 된다. 

 

이번 영화도 시즌2에 대한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 

폭군이 된 자경은 어두운 곳으로 피해 있으라는 최국장의 말대로, 바닷속으로 들어간 자경은 또 다른 생명체를 발견하며 끝난다. 

 

감독님 이렇게 끝나버리면 어떡합니까? 

잔인한 폭력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서사로 관객들을 꽉 잡고 있다. 

4편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는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다. 

 

배우들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오늘은 이즈음에서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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