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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상사의 기분이 내 기분이 되던 시절

by 숲속의여사님 2024. 4. 2.

나의 첫 사회생활은 1999년 12월이었다. 대학 4년 기말시험을 끝냄과 동시에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앞으로 취업이 잘 될 거라 해서 전산과를 다녔는데, 졸업 1년 전 IMF 사태가 발생했다. 

취업 전선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졌다.  간신히 면접은 보았으나 면접관들이 원하는 질문을 하지 않아 탈락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다는 벤처 기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직은 작았고, 매거진 같은 콘텐츠 생산을 통해 향후 쇼핑과 연결하려는 회사였다. 

지금은 그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24년 전에 낯설고 우리 사회에 아직은 빠른 개념이었던 것 같다. 

여하튼.  기존과 다른 것을 하기 위해 다양한 그룹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웹소설가,  마케팅 전문가, 디자이너, 광고 전문가 등 등

이상하게도 구성원의 90%가 여자였다. 

 

막내인 나에게 언니들은 잘 대해 주었다. 

법인 카드를 쓸 때는 언제나 새로운 식당으로 데려가서 처음 보는 음식들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나는 가정식 백반집이 왜 있는지 이해를 못 했다.  아니 집에서도 먹는 걸 왜 나와서 먹는 거지? 가정식 백반의 소중함을 알려면 3년 차 이상은 되어야 한다) 

 

재미있고 신나는 첫 직장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출근길에 오늘 나의 선임의 기분일 어떨지, 어제 화내고 간 팀장의 기분은 어떨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분들 기분이 좋으실 것 같은 날에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그분들 기분이 저기압 일 것 같은 날에는 내 기분도 내려앉았다. 

 

문득 나의 하루의 기분이 상사의 기분에 좌우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월급쟁이의 서러움을 처음으로 느낀 날이었다. 

 

월급을 받는 자에겐 '내 감정도 내 것이 아니구나'

 

20년이 훨씬 더 지난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 기분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늘었났다. 

연차가 쌓이면서 조직의 위에 계신 분들에게 보고 할 일이 늘어나고, 그분들의 오늘의 심사를 챙기는 게 내 일이 되고

MZ 세대가 나타나면서 아래에 계신 분들의 기분도 내 기분에 영향을 주고 있더라.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내 기분을 매우 좌지우지 하는 부류는 갑작스레 '화'를 내는 타입들이다. 

예측하지 못한 감정의 폭발은 언제나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한다. 

 

이 부분에 좀 더 마스터가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길까지는 가지 못하고 조직에서 하차했다. 

 

오늘도 상사의 기분이 내 기분이 되는 샐러리맨들 당신의 감정은 소중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세요 

 

당신과 같은 처지의 동료에게 힘내라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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