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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타쿠의 시청일지

[대만드라마리뷰]나에게도 곧 닥칠 문제, 대만 돌싱녀의 홀아비 아빠 돌보기. 잊어도 기억할께

by 숲속의여사님 2025. 5. 27.

다시 유행이라는 코로나.  나! 늘 유행의 최첨단에 있기에, 바로 걸려 버렸다. (정말 아팠다. ) 

주말 내내 꼼짝없이 집에 있어 갇혀 있었는데, '잊어도 기억할게'를 정주행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이겨 냈다. 

드라마는 내내 웃음과 함께 마음 짠하게 하는 감정을 들이 붓는다. 

 

이 드라마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감독한 배우이자, 각본가이자, 가수인 유약영의 새로운 작품이다. 주동우가 주연한 [먼 훗날 우리]는 중국적이면서도, 청춘이라는 예쁜 시절의 모든 감성을 잘 담은 영화인데, 이 작품도 결이 비슷하다.  대만적이면서도, 현대적이면서도, 일상의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1인 가구, 노인 치매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일상으로 잘 녹여냈다. 

줄거리

8살부터 아빠와 단둘이(사실은 아빠는 원양어선을 탔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은 청러러 혼자 빈 집을 지키며) 살아온 청러러는, 어느새 40살 싱글녀로 관광 가이드로 일한다.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얼굴 한 번 구기지 않고 척척 해결해내는 베테랑 가이드이다. 어느 날 동료이자 어린 적부터 단짝 친구를 희롱하는 고객에게 맞서다 의도치 않게 다른 고객을 치게 되고, 이 일은 무조건 청러러가 잘못한 일이 되면서, 회사에서 쫓겨난다. 

 

그날, 친구는 옆에서 청러러의 편을 들지 않았다. 그 일로 속상한 청러러는 연락을 끊고, 도시를 방황하다 스탠드업코미디 쇼를 진행하는 바에 들어가게 되고, 스탠드업코미디에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정말 우연찮게, 무대에 나가서 자신의 이야기로 스탠드업코미디를 하게 된다. 청러러는 자신의 슬픈 사연을 희화화하여 여러 사람을 웃게 만드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매력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낮에는 편의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스탠드업 코메디를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러러에게 하늘에서 큰 짐이 떨어졌으니, 바로 아빠의 치매 진단이다. 평생 본인에게 별 도움이 안 되고, 철이 없는 행동만 하는 아빠가 이제 진짜 철없는 어린이로 돌아가서 자신의 돌봄이 없이면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러러는 늘 사고뭉치였던 아빠가 밉다. 청러러 (결혼식을 포함하여)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아빠가 사고를 쳤다. 그러나, 러러가 어렸을 때, 아빠가 러러를 지켰기에 그 기억에 의지해 러러는 기억을 잃어가는 아빠를 직접 보살피기로 결정한다. 

 

40살 잠깐 결혼의 경험은 있지만, 러러는 돌싱녀로 모아 둔 재산도 없고, 번듯한 직장도 없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미래가 불투명한 매우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데, 어느 것 하나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불완전한 삶에 아빠 인생의 마지막을 끌어 담는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것은 자신의 삶은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더 힘든 것으로 나온다. 고집 세고, 언제 길을 잃을지 모르고, 한 얘기를 계속하고, 감정기복이 커서 불쑥 화를 내기도 하는 아빠. 러러에게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빠 대신 아빠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치매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결정을 머뭇거리는 동안, 가장 적합한 치료 시기는 끝나고 아빠의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러러는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아빠에게도 좋은 것인지 자신이 없다. 이런 역할을 맡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우리 부모님은 80살이 넘으셨다. 아빠는 파킨슨 병 초기이다. 아빠는 수 년 전부터 음식을 드실 때마다 떨리는 손을 어쩔 줄 몰라했다.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보살피지만, 두 분다 그렇지 못할 때가 곧 올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요양원으로 모셔야 하나? 러러처럼 인간적으로 끝까지 집에서 모셔야 할까?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남기는 것은 어쩌면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이 아닌가 싶고, 자식으로서 여한이 없으려면 집에서 모셔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러러는 보면서 아빠에 대한 미련은 없을 것 같다. 

 

누군가 죽고나면, 남은 사람들은 모여서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엔 덕담 위주로 하다가 곧 흉을 보게 된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그렇다. 보고 싶은 할머니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할머니가 서운하게 한 것. 할머니의 단점들을 이야기하면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이다.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흉보며 사랑했던 이를 기억하는가 보다. 

 

러러는 아빠가 죽은 후,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우려 먹을 것을 예고하면 스탠드업 코미디 자리에서 아빠에 대한 추억을 코미디로 쏟아 낸다.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아빠에 대하 잊지 않을 것이라며 위로한다. 

 

유쾌하기만 했던 러러 아빠는 죽은 뒤에도 자신만의 사랑의 방법으로 러러를 웃게 한다. 

 

그러니까 결국, ‘기억’이란 잊지 않겠다는 다짐보다도, 웃으며 흉보듯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에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러러처럼 나도 언젠가, 지금은 버겁고 막막한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기를, 나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조용히 부모님의 손을 잡는다. 그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나의 코미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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