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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타쿠의 시청일지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 – 기대에 못 미친 사극, 그러나 눈은 즐거웠다

by 숲속의여사님 2025. 5. 26.

넷플릭스 시리즈로 **《탄금》**이 공개되었다.
이재욱이 어느새 사극계의 새로운 왕자로 떠올랐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MPC 캐릭터로 나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이후로 꾸준히 활동하며 연기 내공을 쌓은 것 같다. 사극 특유의 정적인 화면과 고전미가 잘 어울리는 배우라, 이번 작품에서도 그 분위기는 제법 어울렸다.

이 드라마는 장다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대극인데, 제목부터 꽤 자극적이다.
**‘탄금(呑金)’**이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강렬한 어감을 준다. 중국 고대 형벌 중 하나로, 죄인에게 금을 삼켜 죽게 하는 처형 방식이다. 주로 귀족이나 부유층에게 내려졌던 형벌로, 재물에 대한 과한 집착을 비꼬는 의미를 지닌다. 이런 배경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탐욕’, ‘재물’, ‘욕망’이라는 키워드가 연상된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제목과 큰 연결고리를 가지지 않는다. 제목은 마치 낚시용 도구처럼 작용할 뿐, 실제 내용은 거대 상단을 배경으로 한 가족 간 갈등과 신분의 비밀, 그리고 복수극에 가깝다.

 

넷플릭스 제공

 


시대적 배경과 설정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 후기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가상 시대로 보인다.
조선과 유사한 왕조 체제를 띠고 있으면서도, 실제 역사적 사건과는 거리가 있는 설정이다. 이러한 가상 사극의 장점은 창작의 자유가 넓다는 점이다. 실존 인물을 다루지 않기에 서사와 설정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민상단’이라는 이름의 거대 상단(상업 조직)이 주요 무대가 된다. 이 상단은 물류와 교역을 장악한 엘리트 집단으로,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드라마는 이 상단의 내부 권력 다툼, 상단 주도권을 둘러싼 음모, 그리고 복수를 위해 자신을 속이고 돌아온 주인공의 서사로 구성된다.


줄거리 요약

주인공 홍랑재이는 이복남매다. 둘은 같은 상단 집안에서 자랐지만 신분과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홍랑은 실질적인 상단 권력자 민연의의 귀한 아들로, 집안의 중심 인물이다. 민연의는 아들에게 애착이 강하고, 그의 안전과 권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반면, 재이는 민연의의 남편 심무진이 첩에게서 낳은 딸로, 데릴사위의 딸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민연의에게 있어 재이는 불편한 존재이지만, 홍랑은 그런 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따른다. 재이 역시 동생을 살뜰히 챙기며 가족의 정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홍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사건은 상단 전체를 뒤흔든 대사건이 되었고, 이후 십여 년 동안 민상단은 홍랑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기억을 잃은 청년이 스스로를 홍랑이라고 주장하며 상단에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러나는 진실과 복수의 서사

이 청년은 사실 노비 출신이다. 어릴 적 납치되어 어디선가 감금당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몸에는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 새겨졌다. 이 문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규정짓는 고통의 흔적이다.
그는 자신에게 문신을 새긴 ‘하얀 남자’, 곧 한평대군에게 복수하기 위해 민상단에 잠입한 것이다.

한평대군은 극 중 미친 예술가로, 어린아이를 납치해 괴롭히며 병적인 예술 혼을 불태우는 인물이다. 설정 자체는 강렬하지만, 그만큼의 설득력 있는 서사는 부족하다.


감상: 아름다우나 얄팍한

드라마는 비주얼적으로는 매우 인상적이다.
액션신, 의상, 조명, 미장센은 아름답게 연출되었고, 조보아와 이재욱의 비주얼 케미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는 느슨하고 얄팍하다.

복수극으로서의 짜임새도 부족하고, 상단이라는 배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상업과 권력, 인간 욕망의 교차점이라는 훌륭한 소재가 있음에도, 결국은 홍랑의 등에 새겨진 문신과 러브신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퍼즐 조각을 흩뿌려 놓기만 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완성작으로 엮어내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넷플릭스 국내 시청 순위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이재욱과 조보아의 팬덤, 그리고 사극이라는 장르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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