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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자의 독후일지

[북리뷰]일본인 작가가 쓴 대만의 시대를 흐르는 이야기. 류 流

by 숲속의여사님 2024. 8. 7.

작가  히가시야마 아키라 

출판사 해피북스투유 

출간일 2022-06-22 

 

책 소개에는 일본 3대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화제의 책이라고 나온다. 

가오슝과 타이베이 등 대만의 익숙한 지명이 나오는 대만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다. 

 

본인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나라처럼 술술 쓰다니 작가가 필력과 자료 조사가 보통이 아니다. 

물론 작가는 대만에서 태어나, 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아무리 출생지가 대만이라고 해도, 대만의 역사를 줄줄이 잘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이야기의 시작은 중일전쟁 때문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쏘옥 빠져서 대만인들의 싸움을 잘도 기술했다. 

 

이 소설은 지난번 13.67이 그러했듯. 추리소설의 옷을 입은 사회소설이다. 

 

이야기는 1984년 아직 중국과 대만과의 교류가 막혀 있던 시기 주인공 예치우성이 일본을 통해 중국 산둥성 할아버지의 고향에 도착해 할아버지가 1943년 일본의 앞잡이를 했던 자들을 몰살했다는 내용의 비석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방문 일정은 원활하지 않다. 갑작스런 복통으로 황야에서 볼 일을 보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지나가는 노인이 이를 지켜보다가 '예준린(예치우성의 할아버지)의 아들이냐'라고 날카롭게 묻는다. 

 

예치우성의 할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일을 저지른 것인가? 

 

이제부터 이야기는 1975년으로 돌아가 할아버지가 살해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일제에 대항해 국공합작과 국민당과 공산당으로 나뉘어 전쟁이 일던 시절, 예준린과 이웃들은 이념이 아닌 '의형제'의 의리에 따라 국민당 또는 공산당에 가입한다. 의형제 중에 누군가 국민당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의형제가 중요했고, 의형제의 가족을 지키거나 복수를 하는 것이 어떤 것 보다 중요했다. 

예준린의 의형제의 아들을 대만으로 구해와 양아들로 삼아 보살펴 주기도 한다. 그 삼촌이 '위우원'이다. 

 

치우성은 할아버지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그 때부터 방황하고, 마음속으로 꼭 범인을 잡겠다고 다짐한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대학입학 실패, 군복무 실패, 사랑 실패, 꾸역꾸역 살지만 할아버지의 살인범을 찾는 일을 놓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살인범을 찾는 일을 할아버지의 과거를 찾는 일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친구들은 대만에 살지만 대만에 정착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상황이 좋아지면 본토로 돌아갈 생각이다. 본토로 돌아가 공산당을 무찌르고  땅을 되찾을 생각이다.  전쟁시에 본인이 어떤 공을 세웠는지, 동료들과 어려웠던 전투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그들의 주요한 일이다. 

 

할아버지는 한 마을의 주민들을 몰살했다. 그들이 먼저 의형제의 가족들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의형제를 위한 복수의 차원이다. 

그 잔혹한 곳에서 구해온 아이가 '위우원' 삼촌이다. 

 

1970년대 대만은 본성(중국본토)과 본토인 간의 갈등이 심했고, 법보다는 칼이 앞섰고, 아이들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언제든 중국 본토와의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사회는 불안정 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 아닌가? 

우리 나라도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60~70년대에는 항상 공산당과의 전쟁을 강조했고, 전쟁을 대비해 학생들에겐 교련 과목이 실시되어 군사 교육을 받던 시절이다.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강원도와 인천 언저리에 살면서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대만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갈라지고 대치상황이다. 

읽으면서 생각난 책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이다.  전쟁 중 빨치산이었던 아버지는 여전치 정치적이고, 민족해방을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삶을 현재에 적응시키며 그 나름의 삶을 살아냈다.  그런 부분이 치우성의 할아버지 '예준린'과 닮아있다. 

 

언제나 중국본토로 쳐들어가겠다고 큰소리친 할아버지이지만, 평생 마음으로 후회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앞뒤로 주인공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대만의 현대화까지 자연스레 읽힌다. 

작가가 대만사람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다. 

 

일본인의 시선으로 본 중국현대사의 흐름을 볼 수 있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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