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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자의 독후일지

[북리뷰]달리기 입문자에게 추천 도서. 동기부여 제대로 되는 무라카미하루기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by 숲속의여사님 2025. 5. 24.

 

제목: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문학사상

 

초판은 그의 달리는 뒷모습인데, 기념판으로 제작된 책은 푸르른 하늘이다. 우린 이걸 보려고 달리는 거니까.

 

한강에 나가면 늘 느낍니다.
"이 도시엔 러너들이 많구나."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오는 분들—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멋지게 달리는 중년 이상의 러너들입니다.
그분들에겐 단순한 운동을 넘어선 오랜 시간 쌓인 내공과 여유가 느껴집니다.

저는 이제 달리기 3년차입니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40대 후반,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리기 5개월차였던 남편의 권유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앱 ‘런데이’를 따라 8주간 30분 달리기를 완주했을 때,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이름—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매일 달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죠.
찾아보니, 역시 그에겐 이 멋진 제목의 책이 있더군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009, 문학사상)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다시 읽은 이 책은 전혀 다른 책처럼 다가왔습니다.
이전에는 공감이 되지 않던 문장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마음에 꽂혔습니다.
“아, 나도 이제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구나.”

하루키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이 책 속의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입니다.
매일 7km를 달리고, 대회를 앞두고는 10km도 마다하지 않는 러너.
작가라는 직업 속에서도, 그는 철저하게 시간을 나누어 글을 쓰고, 달리고, 필요한 훈련을 추가합니다.
철인 경기에서 약한 수영을 보완하기 위해 레슨까지 받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헌신’*을 봅니다.

저는 그의 이런 문장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달리기는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 문장 하나로 달리기를 멈추고 싶은 날, 나를 채찍질했습니다.
"잘 뛰지 않아도 괜찮아. 성실한 러너가 되자. 나 자신에게만은 정직하자."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일화는, 그가 한여름의 아테네 풀코스를 혼자 뛴 이야기입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멈추고 싶은 순간,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장면을 읽으며, 나도 땡볕 아래를 뛰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는 이런 건 하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도 얻었죠. 😅


달리기 초보, 중간에 동기 잃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잘 달리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달리는 마음, 꾸준히 살아가는 자세, 무너지지 않는 리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록이 늘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드는 분들에게,
이 책은 다정하면서도 단단하게 말해줄 거예요.

“서두르지 마. 다만, 오늘도 나가보자.”

지금, 잠시 책장을 넘겨보세요.
그리고 운동화 끈을 조이고 트랙으로 나가보세요.
당신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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